재밌고 슬픈 데 희망이 있는 감동적인 책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가정폭력과 학대를 겪는 이들 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 그 고통에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을까?
자기 일이 아니어도 불의라면 발벗고 나서주는 어른,
자기 일 아니어도 친구의 고통에 같이 마음 아파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분명 저런 좋은 사람들은 있지만,
그 사람들이 학대로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있을지 그건 모르겠다.
ㅠ
슬프다.
예전에 내가 담임을 했던 우리반 ㄹㅎ이가 생각난다. 우리 ㄹㅎ이도 할머니에게 학대와 방임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지켜보고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는 것 뿐이었다.
전년도 담임이 ㄹㅎ이 몸에서 상처를 보고, 할머니에게 경고를 하며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도 있다고하자
ㄹㅎㅇ 아빠와 할머니가 찾아와 학교를 엎어놓고 갔다.
뚜렷한 학대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몇번 구멍 뚫린 옷, 계절에 안맞는 옷을 입는다던지, 한번 눈 위쪽에 노란 멍이 든 적이 있었다.)
할머니에게 전화해 멍에 대해 물었을 때, 할머니는 ㄹㅎ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자기대로 다친 거라고 했고 ㄹㅎ이도 그렇게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기도 애매하고, 무엇보다 이 아이가 돌아가야할 곳은 할머니랑 사는 집이었기에
뭘 하는 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런 작은 증거 몇개 만으로 보호자와 분리가 되진 않을테니까.
양쪽 부모가 모두 의사였는데 왜 애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돌보지 않을까? 몇달에 한번 만난다는데 왜 그렇게 지낼까?
미스테리가 많은 집이었다.
그때 난 뭘 할 수 있었나, 뭘 해야했나.
다시 돌아간다면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ㄹㅎ이 생각이 나서 마음이 답답했다.
책 속 은재처럼 너무 심한 신체적 학대라서 바로 분리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영이나 ㄹㅎ이처럼 분명 폭언 등으로 정서적 학대를 당함에도 분명히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어서 벗어나기가 더 힘든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보호자와 분리가 된다해도 그게 영원한 안전장치가 되지 못하고 어쨋거나 다시 자기 보호자에게로 돌아가야하는 시스템이 아닌가?
방금 찾아보니 징역 5년까지도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양육권 친권 박탈도 가능하다하니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겠다.
폭력으로 인한 고통에 젖어들어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절망 속에 살아가는, 삶의 모든 희망을 거둬들이고 차라리 아무기대도 희망도 없이 사는 게 실망하고 잃어버리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는 은재가 불쌍했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해야될 사람이지
부모가 있는 곳, 집이 아이에게 지옥이 되면 안된다.
<기억에 남는 구절>
형수는 손톱을 질근질근 깨물고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고민이 있거나 초조할 때마다 나오는 버릇이다. 그걸 형수의 엄마가 놓칠 리가 없다.
“왜, 무슨 일인데?”
“뭐가.”
“너 또 손톱 깨물고 있잖아. 이번에는 또 뭔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말해. 속에 담고 있다가 병 된다.”
엄마가 찌개를 식탁 위에 올리더니 곧이어 형수 앞에 높게 쌓은 고봉밥을 놓는다. 형수의 엄마는 이런 식으로 애정과 걱정을 표현한다.
“밥 너무 많아.”
“많으면 먹고 남겨.”
형수의 엄마는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닦달하며 묻는 법이 없다. 늘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별일 아니라는 말투로 슬쩍 묻기만 할 뿐이다. 아들이 먼저 대답하기 전까지 조바심 내는 경우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속으로는 백 번도 더 묻고 또 물어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알아내고 싶지만, 훌쩍 커 버린 아들이 더 멀어질까 참고 또 참는 것일 뿐이다. -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 밀리의서재
: 지혜로운 형수어머님..ㅎㅎ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거다. 살을 조금 더 빼면, 키만 조금 더 크면, 말을 조금만 더 잘하면, 공부를 조금만 더 잘하면……. 끝없이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을, 그 전부를 좋아해 주는 것.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소년은 부모에게서 배우지 못한 사랑하는 법을, 사랑받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가고 있다. -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So1U1YKFFvcBDBc8A
: 사랑을 하면서 부모에게서 받지못한 따스함을 느끼고 배워가는 우영이가 감동적이다. 사랑은 참 좋은 거네.
“괜찮아.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아, 진짜 모르겠다.”
형수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마주한 사람처럼 고개를 떨군다.
“아무것도 못 하지. 근데 그냥 우리가 여기 있다고 얘기해 줄 수 있잖아. 세상 사람들이 다 외면하는 것 같아도 우린 널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고. 네 걱정 하고 있다고.”
반장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이렇게 지켜봐 주는 게, 고작 이런 것들이 뭘 할 수 있을까.
“혹시 알아? 그게 힘이 될지.”
아이들은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모른다. 학대를 당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가끔 ‘네 걱정 하고 있다’는 말은 아무 힘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들이 인생 전부를 바꿔 놓기도 한다. -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iyWb8SXoa47gg48S6
: 걱정하고있고 마음을 쓰고 있다고 하는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반장은 표정 없이 침착하게 은재를 마주 본다.
“난 힘들어하는 사람한테 힘내라, 잘될 거다, 그런 말 안 해. 쓸데없는 희망 고문이잖아.”
“무슨 의미야?”
“그냥. 그때 했던 존엄사 토론이 생각나서. 죽지 못해서 산다는 말, 좀 억울하잖아.”
반장의 말에 은재는 아무런 답이 없다. 차라리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 주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아무 희망도 없으면서, 양심의 가책 좀 덜어 보겠다고 괜찮아, 따위의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있잖아, 나는.”
반장은 무심하게 은재를 바라본다.
“죽지 못해 산다고 말하기 전에 한번 끝까지 잡아 볼 거야.”
“…….”
“내 인생이잖아. 난 절대로 포기 안 해.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야.”
그 순간 은재는 무너져 내린다.
은재도 알고 있다. 자신의 삶에서 제일 먼저 자신을 포기한 사람이 자기 자신임을.
아빠가 두려워서, 자신을 모른 척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생기는 상처가 끔찍해서, 수치스러운 게 죽기보다 싫어서 은재는 스스로 고통 속에 자신을 가뒀다. 어둠 속에 홀로 몸을 감싸고 꽁꽁 숨기면 적어도 더 나빠지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견딜 만했던가? 은재는 스스로에게 묻고 고개를 젓는다.
아니.
너무 힘들었어. 죽을 만큼 아팠어.
은재는 자신을 꽁꽁 감싼 채 숨겨 온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수업이 일찌감치 끝난 뒤에도, 은재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헤맨다. -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t41KV5sBxfWMQbqe8
: 이 말도 감동적이고 강했다.
내 인생이니까 끝까지 물고 늘어질거야!
나는 안다. 인생은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걸.
인생이 당신을 구해 줄 거라고? 개소리 말라지.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구해야만 한다.
“김은재. 일어나. 축구하러 안 갈 거야?”
지영이 빨개진 눈으로 은재의 이름을 부른다. 지영의 목소리에 은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삶을 지키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찾던 운동장이 은재의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진다.
“너 없으면 우리도 축구 못 해.”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불공평한 인생에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언제나 다시 인간들이다. -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uiZ9SPa8yvsNepek6
: 불공평한 인생에 손 내밀어주는 건 언제나 다시 인간들이다. 멋있는 문장이다....!
나에게도 그랫지!
누군가에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어떤 이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거고, 어떤 이는 내 인생도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느냐고 물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그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고개를 젓고 헛소리 말라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토록 간단한 것이 인생의 비밀이다. -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ukK88zDd6PbbXDMe9
: 단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웃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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