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읽고나서 마음이 좀 답답~한 책이다.
책에 나오는 인물의 행동들이 선과 악을 재단하듯이 판단하기 어려워서, 그리고 실제 있을 법하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일들이기도 해서, 또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학교폭력으로 한 아이가 죽는 데에서 내용이 시작한다. 아이를 죽인 범인으로 절친이었던 주연이를 지목하는데 여러 모로 범인이었을 것 같은 개연성이 있어서 모두가 주연이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친구한테 집착하는 주연이, 자기의 외롭고 불안한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법을 쓴 주연이. 불쌍하다. 상황이 꼬이고 꼬여서 불쌍하고,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고 보듬는 괜찮은 방법을 배우지 못한 주연이가 불쌍하다.
참....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도 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특히 가정에서 필요한 만큼의 안정감과 지지를 얻지 못하면 사춘기 이후에 이걸 친구한테서 채우려고 하는데 이게 지나치면 집착과 친구를 함부로 대하는 태도, 또는 친구에게 과도하게 설설기는 태도 등 안타까운 방법으로 나타내는 것 같다. 브레이크가 걸리면 좋은데, 한번 그쪽으로 가기 시작하면 브레이크 걸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안타깝다.
그리고 가해자가 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또는 누군가 개인 또는 집단에게 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너무 쉽게 가해자를 심증으로 특정지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다.
일단 사건이 너무 안타까우니까 진실을 알고 싶고, 얼른 범인을 마음 속으로 결정지어서 욕하고 싶고 애도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피해자, 가해자 모두 실체와 거리가 있는 나쁜 소문에 시달리는데 그런 소문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걸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재판에서만이 아니라, 사건을 먼 거리에서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피해자를 애도는 하되, 확실한 근거,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재단하고 말을 쉽게 하는 걸 경계해야지.
아, 그리고 또 하나 더 느낀 점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받아줄 사람은 없다'라는 것이다.(이 부분 스포!)
주연이는 가족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느낌, 괜찮다는 느낌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다. 그래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해도 자기를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아이인 서은이에게 다가가고, '자신을 절대 떠날 것 같지 않은' 서은이를 좋아하게 된다.
실제로 서은이는 주연이가 아무리 하대하고 함부로 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해도 항상 받아주었고 주연이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서은이와 주연이의 마지막 순간에 주연이는 서은이에게서 서은이의 속마음을 알게된다.
'사실 한번도 널 친구로 생각한 적이 없었어. 널 이용한 거야. 그러게 나에게 좀 잘해주지 그랬니.'라고.
계속 미안하다고 하기만 하던 서은인데, 그럼 죽어보라며 벽돌을 드는 시늉을 하는 주연이에게 지금까지는 다른 기운으로 화를 내며 이야기를 한다. 과연 진심이었을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 '상대방이 나를 진짜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받아줘야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는 거. 애초에 둘이 서로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친구관계였다면 그런 갑을 관계는 있을 수가 없었을 거였다. 갑을 관계라는 건, 을이 갑에게 아쉬운 게 있을 때 생기는 거니까?. 모르겠다.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더 구체적으로 쓰자면 '진정한 우정 또는 사랑이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상대방은 나를 받아줄 것이다'라는 믿음이 잘못됐다.
오히려 진정한 우정과 사랑일수록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아야한다면 그건 친구관계가 아니라 권력관계다.
생각해보면 주연이가 불쌍하기도 하다. 주연이는 잘못된 방식으로 우정을 꾸려갔지만 표현방식이 잘못된 거지, 진정으로 서은이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 잘못된 표현방식 때문에 서은이는 주연이를 친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자기의 필요에 의해 권력관계를 나름대로 이용했을 뿐이라니.
우정인 줄 알았는데 상대가 자기를 이용한 것을 알았을 때, 특히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떠나는 것'이 근원적인 두려움인 사람이라면 세상이 무너지고 그냥 자기 존재가 먼지가 되어버리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여러모로 죽은 애도 계속 참다가 그렇게 죽임을 당해서 불쌍하고
여러 소문과 추측에 휘말려 사회적 정서적으로 죽임을 당한 아이도 안타깝다.
읽는 것을 쑤욱 금방 읽었는데 쓰다보니 생각하고 느낀 부분이 구체화된 책이다.
음 너무 어두워서 우리반 애들에게 추천한 걸 살짝 후회하던 참이었는데, 읽어보면 좋은 책일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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